유시민의 "전라도 혐오증"은 사이비 정치

"사이비(似而非)"란 공자의 말로, 겉으로는 비슷하지만 실제로는 전혀 다른 것을 의미한다. 이런 겉으로만 비슷한 사이비들을 공자는 극도로 미워했는데 그 이유는 정작 중요한 것들을 어지럽히기 때문이다.

“나는 사이비를 미워한다. 가라지(줄기와 잎이 조와 비슷하다)를 미워하는 이유는 그것이 곡식의 싹을 어지럽힐까 두려워서이고, …자주색을 미워하는 이유는 그것이 붉은색을 어지럽힐까 두려워서이다.” -공자 

내가 유시민씨를 사이비라고 여기게 된 계기는 유씨의 <문제는 '지역감정'이 아니라 '전라도 혐오증'>이라는 글이었다. 내 기억이 맞다면 2002년 경에 유시민씨의 홈페이지에 게재된 글이었다. 원래는 유씨가 97년에 쓴  <97대선 게임의 법칙>(돌베개, 1997)에 있는 내용이다. 내가 보기에 유씨의 "전라도 혐오증" 논리는 지역감정 해결을 위한 논리와 유사해 보이나 근본적으로는 다른 사이비였다. 유씨는 논지를 어지럽게 흩어놓았지만 정리하면 결국 다음과 같다.

1. 전라도 차별이라는 문제의 심각성을 축소

“어떤 사람들은 이것이 매우 '한국적인 특수문제'인 것처럼 이야기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이것은 일정한 사회경제적 환경이 조성되면 어느 나라 어느 시대에나 생기는 현상이라는 말이다.” -유시민

유씨는 "전라도 혐오증"은 '한국적인 특수문제가 아니라 일정한 사회경제적 환경이 조성되면 어느 나라 어느 시대에서나 생기는 현상'이라고 일단 전제했다. 비유하자면 매 맞는 아내 문제를 해결하자며 '남편이 아내를 폭행하는 것은 어느 사회에서나 생기는 문제'라고 전제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세상에 남편이 어떻게 자기 아내를 때릴 수가 있어?"와 "(특정한 환경이 조성되면) 원래 남편은 아내를 때리게 되어 있어"라는 말은 그 함의가 전혀 다르다. 즉 전라도 혐오증에 보편성을 부여함으로써 이해의 여지를 만들고 사안의 심각성을 축소시킨 것이다.

2. 가해자인 경상도 비호

(1) 관점의 호도 : "'전라도 혐오증' 의 원인은 딱 하나, 전라도 사람들이 가난하다는 것이다. 돈 없고 '빽' 없고 배운 것 없이 객지에 가서 그 사회의 맨 밑바닥 일을 하는 사람들은, 그들이 특정 지역 출신이든 특정한 인종 집단이든 멸시를 받게 되어 있다." -유시민

유씨는 "전라도 혐오증"이 발생한 이유를 "전라도 사람들이 가난하다“는 것에서 찾았다. 이런 식으로 문제의 근본 원인을 가해자가 아니라 피해자에게서 찾는 건 전형적인 논점호도이자 기만이다. 비유하자면 '남편이 아내를 폭행하는 이유는 아내가 가난하기 때문이다.'라고 규정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분명히 말하지만 아내 폭행이 남편의 편익을 위해 자행되듯이 전라도 차별은 경상도의 편익을 위해 집단적으로 자행된 폭력이다. 이를 다른 말로 "경상도 패권주의"라고 한다.

(2) 가해자를 은폐 : "나는 '지역감정' 이라는 말 대신 '전라도 혐오증' 이라는 단어를 써야 제대로 이야기 할 수 있다고 본다." -유시민

유씨는 "전라도 혐오증"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전라도를 차별하고 있는 주체인 경상도를 은폐시켰다. 비유하자면 성폭행 사건이 발생하자 성폭행 가해자가 아니라 "○○○여중생 성폭행 사건"이라는 식으로 피해자의 이름을 사용해 사건을 규정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런 기만 속에서 가해자는 은폐되고 피해자만 노출된다. 가해자이자 문제의 원흉인 성폭행범, 폭력남편, 그리고 경상도가 논쟁과 비판의 대상에서 은근슬쩍 지워지는 것이다. 용어는 사건의 본질을 규정한다. 핵심은 "전라도 혐오증"이 아니라 "경상도 패권주의"다.

(3) 가해자를 비호 : "나는 전라도 사람들의 '상대적 빈곤'이 박정희 시대에 진행된 지역적 불균등 발전의 결과라고 본다." -유시민

유씨는 전라도 사람들이 가난한 이유를 박정희 군사정권의 전라도 차별에서 찾았다. 앞서 살펴봤듯이 유씨는 지금의 전라도 혐오증은 역사적으로 보편성을 가지고 있고 전라도 사람들이 가난해서 발생한 자연스러운 것이기에 이해의 소지가 있다는 식으로 주장했다. 그리고는 가난한 전라도를 만든 가해자를 과거 박정희 정권으로 한정함으로써 지금의 경상도 사람들에게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 준 것이다. 비유하자면 '조선침략은 과거 일본의 군국주의자들의 만행이니 현재의 일본은 책임질 일이 별로 없다'라는 식이다. 우리는 이런 걸 "망언"이라 부른다.

(4) 전라도 차별의 주범이 종범 행세 : "한 번도 전라도 사람을 만난 적이 없으면서 편견을 가지기로는 어른들도 마찬가지이다. 88고속도로가 뚫리기 전 대구와 광주는 서로 왕래가 드문 도시였다. 그래서 전라도 사람에 대한 대구 사람들의 '혐오증'은 거의 전적으로 서울 등 객지에 나갔다 온 사람들이 주는 정보 때문에 생긴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유시민

유씨는 경상도의 전라도 혐오증은 경상도에서 발원된 것이 아니라 서울 등에서 유입된 외래 사상이라며 다시 한 번 가해자 은폐를 시도했다. 비유하자면 나치즘은 외래 사상이라며 유태인 학살에 대한 독일의 책임을 회피하는 꼴이다.

3. 전라도 차별의 목적을 은폐

유씨는 전라도 차별을 "혐오증"이라며 정신적 병리현상으로 취급하고 있다. 치료의 대상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전라도 차별은 경상도 패권주의라는 아주 이기적이고 계산적인 사고과정을 통해 도출된 전략적 행보다. 이는 유시민 역시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박정희 정권 이후의 전라도 차별로 인해 경상도가 어떤 이익을 얻었는지 자신의 글에서 명시해 놓고 있다. 전라도 차별은 이렇게 기능과 목적이 분명한데 이게 어떻게 겨우 "혐오증"의 문제로 치부될 수 있겠는가. 전라도를 차별한 경상도 패권주의자에게 필요한 건 '치료'가 아니라 '처벌'이다. 

"나는 전라도 사람들의 '상대적 빈곤'이 박정희 시대에 진행된 지역적 불균등 발전의 결과라고 본다. 아다시피 80년대까지 대한민국의 공장이라는 공장은 거의 모두 수도권과 경남북에 몰려 있었다. …청와대를 포함해서 우리나라 정계,군부,관계,학계,재계의 의사결정 구조 꼭대기에는 '부산 복국집'에서 '지역감정이 확 일어나야 한다' 고 말한 전직 법무 장관과 내무관료들 같은 경상도 출신 '나으리' 들이 앉아 있다. 이 사람들은 평소에 인사권을 행사할 때 경상도 출신을 우대해 중요한 자리에 기용하면 서도 전라도 사람들은 '출세길' 을 막아 버린다." -유시민 

4. [경상도 Vs 비경상도]의 구도를 은폐

"전라도 사람에 대한 대구 사람들의 '혐오증'은 거의 전적으로 서울 등 객지에 나갔다 온 사람들이 주는 정보 때문에 생긴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현상은 강원 충청, 경기도등 다른 지역에서도 다르지 않다." -유시민

유씨는 "이런 현상은 강원, 충청, 경기도 등 다른 지역에서도 다르지 않다."라고 지역 차별 문제를 오직 전라도의 문제로 국한시킴으로써 강원. 충청, 경기도 등에게 공범의식을 조장하고 방관자 효과를 유도했다. 실제 전선은 [패권을 추구하는 경상도 Vs 비경상도]이었지만 경상도가 고립되는 상황을 막고 실제 전선을 은폐하기 위해서 유씨는 [경상도+(강원+충청+경기도) Vs 전라도]라는 허구의 전선을 유포하여 비경상도 진영의 연대를 방해했던 것이다.
 
'김대중은 전라도 사람이기에 안 된다'는 논리를 개발해 <97대선 게임의 법칙>이라는 책까지 낸 사람도 바로 유씨이다. 이처럼 "전라도 혐오주의자"는 유씨 자신으로, 애초에 "전라도 혐오증"이라는 논리 자체가 전라도 후보인 김대중의 필패론을 유포하고 자신의 전라도 혐오증을 합리화시키기 위해 급조된 것이었다. 이런 식으로 상황을 호도하고 사람들을 속이기 위한 논리를 개발하기 위해 머리를 굴리고 있었을 유씨를 상상하면 솔직히 두렵고 역겹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유씨와 그의 지지자는 경상도 패권주의를 고발하는 글에 지역감정을 조장한다는 누명을 씌우고 다니는 중이다. 심지어 '민주당이 해체되어야 지역감정이 사라진다'는 궤변까지 유포하는 중이다.
 
원래 가해자의 폭력은 가해자 스스로 드러내 보이지 않는다. 예컨대 아내를 폭행하는 남편은 가정에 아내에 대한 폭행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굳이 거론하거나 증명하지 않는다. 그냥 때릴 뿐이다. 오로지 약자인 아내만이 아내폭행의 실체를 증명해 밖으로 드러내고 대책마련에 고심하는 법이다. 경상도 패권주의도 마찬가지이다. 피해자인 전라도는 경상도의 패권주의를 증명하고 폭로하기 위한 글을 쓸 수밖에 없다. 경상도 패권주의에 대해 거론조차 말라는 것은 매 맞는 아내에게 아내 폭행을 입에 올리지 말라는 것과 같다.
 
게다가 한나라당엔 대연정을 제안하고(노무현), "영남 1석은 타지역 10석의 의미가 있다."거나(유시민),  "참여정부는 부산정권"(문재인)이라고 하고 제주도의 APEC을 부산으로 끌어오는 등 경상도의 비위를 맞추는 데 급급하더니 다른 한 편으론 '민주당은 발전적 해체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이런 식의 친노류의 지역감정 해결론은 아내 폭행 문제를 때리는 남편에 대한 제재가 아니라 맞는 아내의 무장해제를 통해 해결하겠다는 것과 같다. 이런 방식으로는 아내 폭행을 줄이지 못하고, 심지어 비윤리적이기에 당연히 폐기되어 마땅한 '사이비' 지역감정 해결론이다.

항간의 지적처럼 유씨가 정말로 경상도 패권주의자인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필패라던 김대중이 결국 대통령에 당선된 것에서 알수 있듯이 유씨가 판을 읽는 통찰이 부족하고, 무능하며, 후안무치하다는 것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실제로 유씨의 정체가 탄로난 이후로 유씨가 끼어들어 승리한 선거가 없다. 지난 6.2 지방선거에서도 송영길, 김두관 등 대다수 후보가 승리할 때 유씨는 경기시장 선거에서 큰 차이로 패했다. 민주당을 깨고나가 만든 열린우리당은 지금 사라지고 없다. 이쯤되면 내부의 적이라 아니할 수 없다. '사이비'란 이렇게도 무서운 것이다.
 
인(仁)에 의한 덕치를 주장했던 공자임에도 불구하고 노나라에서 대사부라는 관직에 있을 때 명망 있던 대부 소정묘(少正卯)를 주살해 그 시체를 저잣거리에 3일간 내건 일이 있었다. 공자가 지금 살아있었다면 유씨를 어떻게 평가하고 처리했을까? 답은 자명하다. 본인 역시 유씨를 비롯해 인터넷 게시판의 사이비와 소정묘들을 가만히 두고 보기 어렵다. 자주색이 붉은 색을 어지럽힐까 두렵고, 100% 거짓말보다 90% 진실 속의 10% 거짓말이 더 위험하기 때문이다.

출처-http://www.mediamob.co.kr/syk5117/Blog.aspx?ID=267991

덧글

  • 셰이크 2011/05/10 23:29 # 답글

    이 건과는 별개로 유시민은 뭐랄까. 경상도 패권같은 것보다도 단순한 기회주의자라는 느낌이던데요
    결국 그 이미지가 유시민의 한계가 되기도 했고요
  • 밤비마마 2011/05/11 02:31 # 답글

    이렇게 생각하시면 곤란합니다...
    저건 유시민이 전라도를 싫어하거나 비난하는 사람들의 태도를 비판하고 있는겁니다.
    상대가 가난하다고 얕보고 싫어한다면 그건 가난한 사람의 탓이 아니고 얕보고 우습게 보는사람이 나쁜거지요.
    제겐 전라도 사람들의 무고함과 억울함, 힘없음, 그로 인해 당해온 많은 부당한 차별들이 전라도 사람을 제외한 다른 지역사람들의 잘못이라고 지적하고 있는 거로 보이네요.
  • 밤비마마 2011/05/11 19:30 # 답글

    그리고 1번에 관해서....
    실제로 이탈리아나 영국과 같이 우리나라와 크기가 비슷한 땅덩이가 작은 나라에서도 지역감정은 매우 흔한것입니다.
    이탈리아 사람의 나폴리 지역에 대한 차별은 전라도와 매우 비슷합니다.
  • 이렇게도 2011/05/13 19:10 # 답글

    유시민이란 렌즈를 통해서 노무현 대통령을 보면, 그를 추론하면, 혹시 내가 그에게 가졌던 믿음이 환상이 아니었을까까지 생각하게 되어 좀 참담해 집니다..
  • 지나가다 2015/06/06 10:21 # 삭제 답글

    작성자님
    이 글은 정말 심각한 피해의식에서 나온 표현입니다
    걱정하고 도움을 주려는 사람들의 손길까지 멀어지게 만드는 셀프고립성 사고입니다
    전라도 사람들이 안되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 지나가다 2015/06/06 10:35 # 삭제 답글

    작성자님
    이 글은 정말 심각한 피해의식에서 나온 결과입니다
    걱정하고 도움을 주려는 사람들의 손길까지 멀어지게 만드는 셀프고립성 사고입니다
    전라도 사람들이 안되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지역주의의 피해자들이 지역주의에 동조를 하고 살아서 어쩌려구요?
    이런 전라도 사람들의 배척성을 새누리당이 비열하게 이용해서 분열하게 하여 선거에서 항상 이기는 것입니다
    전라도 사람들은 전라도에 우호적인 사람들과 힘을 합쳐야 합니다
    피해의식을 버리세요
    지역주의에 사로잡혀 있다가는 영원히 노예로 살 수 밖에 없습니다
  • fxxk 2018/02/04 17:43 # 삭제 답글

    걍 님은 이 글을 비판하려는게 아니라 님 자체가 전라도 혐오증에 걸린듯,,이렇게 글 이해수준이 낮아서야..
    서로 싸우고 욕해야 지역감정이지 피해자 가해자가 버젓이 있는데 둘을 동일선상에서 놓고 지역감정이란 용어자체를 사용하는게 노답인듯
    피해를 받아서 화가나고 짜증이 나는건 당연한건데 왜 혜택받은사람들이 다른사람을 아무이유없이 비난하고 욕을하는지 제 상식선 이해가 잘 안갑니다.꼭 생각없는사람들이 전라도는~이딴말 쓰더라 아 참고로 전 경기도사람이에요^^꼬투리자블까봐 ㅋ제발 그 ㅄ같은 사고관념을 버리세요
    박정희, 김기춘이나 이딴 몹쓸사람한테 놀아나는거에요.제발 부탁인데 주변사람들한테 욕먹기 싫으시면 이런 글 쓰질마세요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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