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양축을 진단한다면 어떨까요? 김대중

한국에서 제대로 민주주의가 형식적으로 보장된 것은 87년 직선제 개헌, 그리고 지방자치제도가 실현되면서입니다. 이는 2공화국 당시에 아주 잠시 있었지만 이후 철저하게 중앙집권적으로 통치되었죠. 한국에서 절차적 민주주의가 정립된 것은 87년입니다만은 이것을 넘어서서 실질적으로 민주주의가 정착된 것은 문민정부의 출범부터라고 생각됩니다. 실제로 김영삼은 비록 3당합당을 했다고하나 분명히 출신이 그들과는 달랐고 상당한 갈등을 겪었죠. 김영삼의 밀어붙이기식 개혁과 군내부 숙청이 향후 쿠테타 가능성의 싹을 자른 것은 그만의 스타일이 만들어낸 업적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이상을 정리하면 첫번째 절차적 민주주의가 노태우 정부, 첫번째 실질적인 민주주의가 김영삼 정부입니다.

그러나 김영삼이 실패를 하게 된 이유는 정치가 아니라 경제에 있었습니다. 당시 동구권의 붕괴로 인해 미국은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으로 떠오르고 미국 역사상으로도 손꼽을만큼의 전성기를 누렸는데요. 당시 빌 클린턴 대통령의 인기가 매우 높아서 르윈스키 추문에도 여전히 인기가 많은 대통령으로 남아 있죠. 결국 냉전체제의 붕괴와 함께 미국은 그동안 소위 봐주던 국가들에게도 통상 압력을 가하기 시작합니다. 우루과이라운드를 한다고 떠들썩 했던 기억들이 나실겁니다. 여기에 영삼옹은 우리만의 주체적인 세계화를 해야한다는 주장을 하면서 세계화를 globalization같은 표현 말고 segyehwa라고 쓰라고 하기도 했습니다. (여담입니다만은 저 아는 분이 segyehwa하고 조깅만 안했어도 김영삼이 성공한 대통령이 되었을거라고 하시기도 하더군요..^^)

이게 문제가 되었던 것이 군사독재시절의 관치경제의 흐름을 전혀 털어내지 못하고서 개방을 했다는 것이죠. 세계화든 segyehwa든 어짜피 세계화=개방=미국화=신자유주의 수입...이렇게 된 것이죠. 그런데 당시 우리 대기업들의 방만한 운영 형태는 덩치만 크지 허약하기 그지 없었던 상태였습니다. 온실속의 화초처럼 키워진 대기업들이 그 온실을 벗어버리자 추풍낙엽처럼 떨어져 나가기 시작한 것이죠. 한보가 무너지고 기아가 무너지고 무역적자가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면서 결국 외환위기를 맞이하게 됩니다. 외환위기가 결국 달러가 없는 게 문제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집권한 김대중은 어땠나요? 김대중은 민주주의의 성장의 흐름을 타면서 경제분야에 큰 수술을 하게 됩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 역사상 최초로 자유시장경제에 입각한 경제정책을 도입합니다. 이전까지는 관치금융의 흐름이었다면 그때부터 비로소 자유시장경제에 걸맞는 움직임이 되었다는 것이죠. 실제로 외환위기 전의 채권시장은 있으나 마나한 시장이었는데 급속도로 메커니즘을 갖추게 되었죠. 당시 행정분야에 경제적인 요소를 도입한 신공공관리론적인 개혁으로 행정학 교수들에게 무지하게 까였습니다만은 아직도 성과급등 공무원의 일할 유인을 만들어내는 제도는 살아남아 있습니다. 김대중이 항상 이야기하던 시장경제와 민주주의를 양대축으로 발전시키겠다는 약속에서 적어도 그는 그것을 지키고 한국사회를 앞으로 끌고나가려 노력한 흔적이 보입니다.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대한민국이라는 자유민주주의 국가 또한 민족주의의 관념에서 볼 때 가장 건국이념에 부합하는 정부가 아니었나 생각되네요. 제2의 건국이라는 말은 허명이 아닙니다.

노무현이 집권하고 제일 잘못한 것이 무엇인가? 민주당 분당이나 대연정같은 사건도 많았습니다만은 경제사회적인 비전이 없이 허무맹랑한 소리만 늘어놓다가 결국 김대중이 만들어 놓은 자유시장경제의 틀을 깨버리고 삼성으로 대표되는 대기업들에게 다시 편의를 봐주기 시작한 것이 큰 죄입니다. 당시 대기업들이 회사 경영하기 얼마나 편했을까요? 그래놓고서는 이제와서 기득권층의 반대로 실패했다는 소리를 하다니 웃기지도 않는 일인겁니다. 민주주의는 머 크게 저해하지는 않았고 오히려 본인의 무능함으로 대통령 자리를 상당히 가볍게 해버렸으니 본의 아니게 기여한 바도 있는거 같습니다만은 그는 결국 경제문제 해결에 관심도 없었고 능력도 없었고 김대중이 갖은 반대를 무릅쓰고 정착시킨 시장경제를 이전의 관치경제로 돌아가게 하는 단초를 마련한 것 뿐입니다. 지금 이명박 정부를 탄생시키고 관치경제의 흐름을 지속시킨 죄에서도 자유로울 수가 없죠. 지금 이명박이 친기업이라고 까이지만 노무현처럼 기업을 상전대하듯 했는지 의문입니다. 이번에도 심기 불편하니까 바로 세무조사 들어가고 그랬죠. 물론 이명박은 민주주의에 관해서는 관심도 없고 이해도 없는 것 같다는 면에서 큰 문제가 있습니다.

이상을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절차적 민주주의는 노태우부터 주욱 잘 지켜져왔다.
실질적 민주주의는 김영삼부터 노무현까지는 잘 지켜져왔다.
관치경제의 흐름을 바꾸고 자유시장경제를 정착시키려 한 정부는 김대중 정부가 유일하다.


이런 사실을 외면하고 단순히 김대중이 공기업을 매각했다거나 빈부격차가 심화되었다고 그를 오른쪽에 있다 심지어 노무현보다 오른쪽에 있다고 비판하는 것은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것이죠. 같은 오른쪽이라도 한국 사회가 앞으로 가는 오른쪽이 있고 뒤로 가는(관치경제로 가는) 오른쪽이 있는 겁니다. 노무현 이명박이 후자라면 김대중은 전자지요. 유럽쪽에서의 일관된 평가가 김대중은 합리적 보수주의자..라는 평가입니다. 타당한 평가라고 생각합니다. 자유시장경제를 하면서도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같은 제도를 배려하는 것을 잊지 않았죠.

작금의 경제 정책들을 보면 관치경제때의 대기업 중심제도와 관치경제를 끝내고자 도입한 신자유주의 특유의 무한경쟁 시스템을 혼합이 된 형태를 보입니다. 대립되어 보이는 양쪽에서 대기업이나 기득권층에게 유리한 것만을 뽑아낸 형태의 한국식 신 관치경제가 되겠습니다. 한국대기업은 비정규직 쓰면서 가격경쟁력을 맞춥니다만은 일본은 그렇지 않죠. 관치경제라고 비판하지만 적어도 우리보다는 고용안정의 측면에서 기여하는 바가 큽니다. 이에 대해서 이건희 회장조차도 지금이라도 일본에서 정리해고제 도입하면 삼성은 바로 고전할 수 있다고 경계해야 한다고 말씀까지 했을 정도죠. 괜히 삼성이 사상 최대 이윤내고 그러는 게 아니죠. 그러나 일반 서민들은 죽어나는 상황이 되는 것이죠. 예전에 군사독재정권들이 아직도 비판받아야 할 것이 한두가지가 아닙니다만은 적어도 이들 정부는 정통성이 없다는 것을 스스로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서민 생활 안정에는 각별했죠. 들고 일어날까봐 두려웠던 겁니다. 의료보험제도나 기업의 비업무용 부동산 매각같은 극단적인 조치가 나올 수 있었던 것이 물가 안정과 서민 생활 안정이 절실했기 때문입니다. 또한 이게 가능한 이유는 정부가 기업보다 확실히 우위에 서서 그들은 컨트롤할 수 있었기 때문이죠. 어찌보면 관치경제에서 정부의 끗발이 쥑이는 결과 나오는 긍정적인 성과입니다.  그런데 지금은 이런것은 다 사라져버리고 자유 경쟁, 시장 중심을 외치면서도 실제로 들여다보면 철저하게 대기업 중심,  부의 대물림 중심의 경제형태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서민들이 박정희 향수나 전두환이 물가는 잘잡았다오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죠. 또한 대한민국 대통령은 이건희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사실 사람들이 이런 것들을 다 느끼고 있다는 것이죠.

경쟁을 해야 할 부분은 하지 않고 경쟁을 안해야할 부분을 한다고 하는 글을 봤는데 정말 정확한 글이에요. 현재 한국은 김대중의 신자유주의 경제가 아니고요. 또한 그 흐름이 심화된어서 이리 된 것이 아니고요. 관치경제와 신자유주의가 결합된 신관치경제라고 불러야 할 경제체제입니다.  하루하루가 살기 힘든 서민들은 권위주의고 민주주의고 간에 물가라도 잘 잡아주고 밥먹고 살 수 있게 해주는 사람들은 원하게 되는 거구요. 설령 독재 정권이라 해도 강력한 힘으로 어떻게 좀 해결해주었으면 하는 것을 바라게 되는 것이죠. 이것이 이명박이 집권할 수 있었던 사회적 요구와 배경이 되버린 것이죠. 그의 온갖 비리에도 경제만 잘하면 된다는 식의 논리는 대중들이 이러한 욕구를 잘 보여줍니다.


최근의 복지 논의는 대단히 바람직하고 한국사회가 나아가야할 방향입니다. 제가 김대중 대통령이 잘했다고 생각합니다만은 전 그래도 사민주의 쪽에 가까운지라 좀더 복지확대를 위해서 힘써 주셨으면 좋을 것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저와 생각이 달랐다고는 하나 합리적으로 한국 사회를 앞으로 끌고 나간 점은 정말 높게 평가하고 존경합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오히려 민주당이나 박근혜나 복지를 하겠다고 나서면서 오히려 김대중 대통령때보다도 왼쪽에 있는 경제정책들을 들고 나오네요? 여기서 우려스러운 점이 있습니다. 복지 담론 다 좋은데 문제는 관치경제 문제 해결 못하면 복지고 머고 다 그냥 이야기에 그칠 겁니다. 관치경제를 부숴야하는 이유는 이미 97년에 명백하게 우리가 눈으로 보았습니다. 복지 논의가 표면상의 드러난 빈부격차만을 해결하려고 달려든다면 땅속의 맨틀(관치경제)의 움직임에 의해 언제 어떻게 지진이나 쓰나미가 다시 터질지 모릅니다.  벡두산 산을 손볼 것이 아니라 할 수만 있다면 안에 잠자고 있는 마그마를 분해해버려야죠. 복지 논의와 함께 반드시 선행되어야할 논의는 대기업 중심 빈부 격차 심화 정책을 철폐하는 움직임입니다.  이것은 결국 선거 전략과도 연관되는데 이미 호남은 계급투표 성향으로 접어든지 오래입니다. 민주당 지도부는 아직도 호남사람들이 이념적으로 민주 개혁세력을 지지해서 그렇다고 생각하는 모양인데 정말 모르는 소리입니다. 호남은 유심론이 아니라 유물론에 기초한 투표 성향이 더 강해요. 또한 못사니깐 변화에 열망이 높고 개혁에도 관심있고 분배나 진보도 관심이 가는 겁니다.  앞으로 민주당이 선거전략에서 과감하게 대기업 중심 경제정책을 폐기하겠다고 나서야만이 전 민주당의 좌클릭을 믿겠습니다. 김대중 대통령보다도 왼쪽으로 가서 복지를 하겠다는 거 아닙니까? 사실 3무1반이면 현 세태에서 파격적인 정책입니다. 복지만 좌클릭이 아니라 대기업 정책과 경제정책에서도 김대중 대통령보다 좌클릭 해주기를 바랍니다.  김대중 대통령조차도 민주당 4대강령인가 그거 중에 중소기업 노동자 농민 중심으로 하겠다는 강령은 위기 상황이라는 핑계가 있다하더라도 완벽하게 하시지는 못했죠. 이제 그런 길을 가는 정당이 나와야합니다. 가능성이 없지만 만약 한나라당에서 그런 방향으로 나간다면 전 지지할 의향이 있습니다.어짜피 수권정당은 둘중의 하나일테니깐요. 물론 한나라당이 그 일을 하는 순간 한나라당이 아니겠지만..


그간 한국의 관치경제가 정부의 압도적인 우위를 바탕으로 구성되었다면 신관치주의는 기업이 오히려 정부보다 우위를 점하고 맘대로 하는 상황에 가깝습니다. 가카께서 세무조사하신다고 하나 이건희 회장이 눈하나 까닥하겠습니까? 일본도 예전에 기업인들이 정치인은 기업에 관여하지 말라고 목소리를 높였죠. 나중에는 경기가 안좋아지니깐 정치이들이 나서서 무언가 해결해야 되지 않겠냐고 주장했죠. 일본을 보면 한국을 알 수 있다고 하는데 여러모로 비슷하게 가고 있습니다. 거기에 일본수준의 기술력도 없고, 내수시장도 없고, 거기에다 신자유주의는 대기업들 입맛에 맞게 도입되어 있는 것이 현재 한국의 상황입니다. 아마 부동산 버블이든 머든 무언가 터지게 되면 상당히 고전하게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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