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보는 ‘이피아’ → 땅을 보는 ‘모피아’ 경제

대한민국 경제관료 양대 축… 정권따라 ‘권력이동’




‘모피아는 땅을 살피고, 이피비는 하늘을 본다.’

한국 경제 관료의 양대 축인 옛 재무부 출신과 옛 경제기획원 출신들을 특징짓는 표현이다. 모피아는 옛 재무부의 영문 머리글자(MOF·Ministry of Finance)와 마피아를 결합한 것이고, 이피비(EPB)는 옛 경제기획원(Economic Planning Board)의 영문약자다.

금융과 세제가 주종목인 모피아는 위기관리 같은 현실문제 해결에 탁월하고, 예산과 기획이 특기인 이피비는 박정희 정부 때의 경제개발 5개년 계획 같은 비전 제시에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노무현 정부 때 이피비 출신들이 득세했다면 현 이명박 정부에서는 모피아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2009년 1·19 개각 때도, 지난해 12·31 개각 때도 모피아가 경제 요직을 대거 차지했다. 경제부처 일각에서는 “한국 경제가 안정적 성장 기조를 이어가려면 모피아와 이피비의 양 날개로 균형 있게 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정권 따라 바뀐 ‘경제권력 5년 천하’

노무현 정부 때인 2006년 7·3 개각으로 짜인 당정청의 경제정책 삼각편대는 강봉균 열린우리당 정책위의장, 권오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변양균 대통령정책실장이었다. 모두 이피비 출신이다. 이외 다른 요직도 당시 전윤철 감사원장, 윤대희 대통령 경제정책수석비서관, 김영주 국무조정실장 등 이피비가 장악했다. 모피아에 빗댄 ‘이피아(이피비+마피아)’란 신조어가 만들어진 것도 이 무렵이다.

경제부처 관계자들은 “노무현 정부는 관치에 대한 거부감이 커서 모피아를 싫어했고, 유난히 로드맵(청사진) 마련에 집착해 이피비를 중용했다”고 설명한다. 노무현 정부는 지역균형발전, 동북아 금융허브론, 2030비전, 양극화 해소를 위한 상생전략 같은 국가비전을 연달아 내놓았지만 ‘공허한 장밋빛 전망’ ‘NATO(No Action Talking Only) 정권’이란 비판도 받았다.

지난 대선에서 여야 정권 교체가 이뤄지자 경제권력 지도도 송두리째 바뀌었다. 모피아 성공시대가 열린 것이다. 2009년 1·19 개각에서는 ‘윤진식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진동수 금융위원장’의 모피아 3각 지도부가 형성됐다. 지난해 말 개각에서도 윤증현 장관, 김석동 금융위원장,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 내정자로 이어지는 모피아 세상이 계속됐다.

이에 대해 관가에서는 △모피아의 대부 격인 강만수 대통령경제특보 겸 국가경쟁력강화위원장(전 재정부 장관)의 영향력이 여전하고 △글로벌 금융위기, 물가불안 같은 현실문제 극복에는 모피아의 역량이 더 필요하며 △노무현 정부 때 이피비 출신이 워낙 잘나간 탓에 쓸 만한 이피비 인물의 씨가 말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 현실과 이상의 균형 필요


“이피비가 이 대통령에게 정책 조언을 했다면 ‘물가와의 전쟁’을 선포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피비 출신의 한 전직 관료는 “물가는 시장의 가격인데 그것이 정부의 힘만으로 잡히겠느냐”며 이렇게 말했다. 대표적 이피비인 강경식 전 경제부총리는 최근 회고록에서 “소비자를 위한답시고 기업의 가격 결정에 정부가 직접 개입하는 일은 백해무익의 결과만 낳는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모피아 출신 관료들은 “그런 식으로 대응했다면 ‘정부는 물가를 포기했느냐’는 국민적 비판을 받았을 것”이라고 반박한다. 한 고위 관계자는 최근 물가대책회의 석상에서 “‘정부가 시장에 개입한다’는 비판을 두려워하지 말고 현실적이고 체감할 수 있는 대책을 찾아내라”고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의 유명한 발언처럼 “관()은 치()하기 위해 존재한다”는 것이다.

경제 관료들의 관심은 새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이 역시나 모피아일지, 아니면 이피비로 바뀔지에 모아지고 있다. 현 정부 집권 후반기의 경제정책 색깔을 가늠할 수 있는 리트머스 시험지이기 때문이다.

부형권 기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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