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환 다시 읽기: 노무현의 한나라당 연정 제안은 신지역주의다.

연정은 신지역주의의 다른 이름이다  


정치 지도자가 사용하는 정치적 언어는 단순한 의사전달 수단이라는 도구적 기능을 넘어선다. 정치 지도자가 정치의제로 선택하는 언어는 현실속에서 나타나는 복잡한 현상들을 조정하고 통합해서 그 사회의 뼈대를 이루는 실천논리를 제시하는 희망의 거푸집이어야 한다. 그러므로 정치 지도자가 사용하는 언어에는 역사적 진정성과 도덕성이 담겨져 있어야 한다.

그러나 오늘 한국사회에서는 대통령의 독선에 의해서 오용된 정치적 용어가 권력이란 욕망의 분을 덕지 덕지 바른 채 천박한 웃음을 팔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한껏 치장을 해서 내놓은 정치적 용어인 연정은 자신의 권력욕 강화를 위해서 차용한 정략적 도구일 뿐, 그 언어가 함유하는 역사적 진정성이 전혀 담보되어 있지 않다.

노무현 대통령은 자신이 연정을 주장하는 이유가 “포용과 상생정치를 통해 분열구도를 극복하자는 것”이라고 강변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이러한 주장을 통해서 오늘 날 우리사회에서 목도되고 있는 극심한 정치적ㆍ사회적 갈등의 총체적 원인이 마치 지역 갈등구도에서 비롯된 것 인양 호도하고 있다.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이 구국의 결단인양 비장감 어린 목소리로 외쳐대는 연정이라는 정치의제의 속뜻을 조금만 들여다보아도, 그것이 함유하는 의미가 얼마나 자의적이고 왜곡된 것인지를 쉽게 알 수 있다. 이는 지금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정치적 반목과 분열구조가 노무현 대통령 스스로에 의해서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자신의 권력을 강화하고 독점하기 위해서 민주당을 분당해 나간 뒤 친위정당인 열린우리당을 창당한 반역사적 사실이 보여주는 명확한 진실은 노무현 대통령이 극단적 분파주의를 매개로 하는 갈등구도를 정략적으로 이용하는 정치인이라는 것이다. 두 번의 정권창출을 이룩해낸 이 땅의 범 중도개혁세력이 파열음을 내며 깊은 틈새를 드러내게 된 출발점은 다름 아닌 노무현 대통령의 분열주의에서 시작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무현 대통령은 스스로 조장한 분열구도가 초래한 범 개혁진영의 정치 역량 위축에 대한 진지한 반성과 성찰은 하지 않고 연정이란 위장된 정치의제를 내세워 또 다른 형태의 정치적 분열과 사회적 갈등을 촉발시키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연정이란 정치적 화두에 화려하게 옷을 입힌 “포용과 상생정치를 통한 분열구도의 극복”이라는 명제는 변형된 신 지역주의를 그럴듯하게 포장하기 위해서 조작된 거짓 명분의 다름이 아니다.

연정을 위해서라면 국민들로부터 위임받은 권력을 자의적으로 한나라당에 넘겨주겠다는 노무현 대통령의 초헌법적 발상은 마치 봉건영주 시대에 절대적 권력을 지닌 군주가 자신의 권좌를 스스로 정한 후계자에게 이양해주겠노라고 선포하는 것처럼  황당하다.

노무현 대통령이 제기하는 한나라당과의 연정이 지니는 문제점은 권력의 실체인 국민들의 목소리가 철저히 배제된 오직 대통령만을 위한 “나 홀로 연정”이라는 사실이다. 이는 곧 연정이 노무현 대통령의 정치적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한 정략적 방편에서 촉발되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런 점으로 미루어 볼 때, 노무현 대통령이 연정에 편집적으로 집착하는 왜곡된 정치행태의 근저에는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의 권력공유를 통해서 정권을 창출하겠다는 구시대적 발상이 자리 잡고 있는 것처럼 여겨진다.

스스로 “민주당 찍으면 한나라당 돕는다”고 했던 정치적 음해와 열린우리당은 “한나라당과 뿌리부터 다르다”며 토해내던 비분강개한 목청을 통해서 열리우리당과 한나라당의 이념적 차별성을 금과옥조처럼 강조해왔던 노무현 대통령이 한나라당과의 연정을 애처롭게 구걸하는 이율배반적인 모습을 볼 때, 노무현 대통령의 연정제안은 극심한 자기모순을 노정시키고 있다는 것을 증명해주고 있다.

정책이나 이념을 공유하는 정파들 사이의 연합이 아니라, 대통령 스스로 그 이념적 근원을 완전히 달리하는 정당이라고 선언한 한나라당과 연정을 시도하려는 의도는 영남에 지역적 기반들 둔 한나라당과 부산ㆍ경남에 뿌리를 둔 노무현 대통령의 친위권력이 합종연합을 함으로써, 호남의 정치세력을 고립시켜 영남을 주축으로 하는 정치집단의 정치적 이익을 극대화하고자 하는 뜻이 깃들어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대통령이 연정의 명분으로 내세운 지역갈등의 극복은 자신의 권력을 강화하기 위해서 포장된 허위명제에 지나지 않으며, 영남정치 집단의 정치적 기득권을 공고히 하려는 전략적 의제에 불과한 것이다. 따라서 노무현 대통령이 의도하는 한나라당과 집권세력의 연정은 호남을 소외시키는 또 다른 형태의 지역갈등구조를 확대 재생산하는 반역사적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언급하는 지역갈등의 매듭은 지향하는 정치적 이념이 상반된 정치집단들 사이의 물리적 통합을 통해서 풀리는 것이 아니다. 박정희 권위주의 정권 이후 정치적으로 악용되어왔던 지역갈등 구조는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영남출신인 노무현 후보를 호남이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성숙된 자세를 보여줌으로써 다소간 해체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지역적 패권주의는 이처럼 서로 다른 지역들 간의 사회ㆍ정치ㆍ문화적 갈등구조의 폭을 좁히는 정서적 작업들이 지속될 때 소멸되는 것이다. 지역갈등 구조는 또한 중앙에 집중된 정치ㆍ경제 권력이 지방에 균등하게 전이되는 분권적 시스템을 통해서 구현되어야 한다. 지역들 사이의 불균형한 사회ㆍ정치ㆍ경제적 구조를 균형화시키려는 진지한 노력을 할 때만이 지역적 패권주의의 벽은 허물어진다.

지역의 분권을 통해서 지역적 갈등의 골을 혁파하려는 정치적 노력은 하지 않고, 영남에 지역적 기반을 둔 정치집단의 정치적 기득권을 강화하기 위해서 한나라당과의 연정에 배수의 진을 친 노무현 대통령의 정치행위는 지역구도를 극복하기 위한 진정한 대안이 될 수 없다.

집권세력과 한나라당과의 연정을 지고한 정치적 과제로 상정하고 있는 노무현 대통령의 모습에서 1992년 삼당합당에 저항한 노무현 대통령의 정치적 행위가 지역구도를 혁파하려는 진정성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정치적 주변인으로서 자신이 지녔던 왜소한 목소리를 강하게 각인시키기 위해서 택했던 영민한 마키아벨리스트의 전략적 가성이 아니었을까하는 의구심을 자아내게 만든다.

이는 현 집권세력의 한나라당에 대한 집요한 구애가 영남 지역패권주의라는 삼당합당의 유전인자를 오늘의 정치무대에 정치적으로 복제하려는 퇴행적 행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금 우리의 정치 공간에서 연정이라는 이름으로 부유하며 정치적 현실을 미혹시키는 유령의 실체는 명확하다. 그것은 영남을 축으로 하는 신지역주의의 또 다른 이름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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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콜트레인 | 2009/10/06 15:55 | 정치 | 트랙백 | 덧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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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주워 들은자 at 2009/10/23 12:42
10.28 재보선에 나서는 김영환 민주당후보는 노짱과 DJ의 유지를 받들겠다는 각오를 피력했다. 그러나 노짱의 연정제안에 대하여 자기모순이라고 말 할만큼 자기 주관이 뚜렷한 정치인이다. 그렇다면 노짱의 유지를 받들겠다는 것은 웬말인가? 작년 선거 예비후보시절 공천만 담보된다면 한나라행도 불사하겠다는 말을 공공연하게 하던 그의 의도는 무엇인가? 모름지기 정치인의 말 한마디 한마디는 공인으로서의 책임을 지니는 매우 중요한 것이다. 자기모순 조차도 극복하지 못하며 남의 언행에 대하여 왈가왈부할 수가 있을까?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며 행여 이번 보선에서 당선된다고 하더라도 앞으로 그의 행보는 오로지 대권욕에 중앙정치무대에 컴백하며 안산시민은 안중에도 없을까 저어되는 바이다. 한 정치인의 말 바꾸기를 보기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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