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편] 노무현이 무엇을 잘못했는가? 정치

[4편] 노무현이 무엇을 잘못했는가?
[노무현 신화화에 맞서기 5] 공존을 지향하는 민주적 리더십의 모색을 위하여


<<민주당 파괴는 '영남패권체제'인 한국 사회가 공모한 극악한 범죄다. 민주주의 파괴이자, 반인권 범죄였다. 참혹한 정치적 학살극이었다. 지지자들의 공민권을 박탈한 잔혹극이다. 민주당 파괴를 정당화하기 위해 모욕당한 전라도사람들에게는 씻을 수 없는 치욕이었다. 민주당 파괴에 동조했거나, 방관했던 사람들은 엄밀하게 말해서 민주주의를 논할 자격도 없다.>>  

노무현파의 2대 프로젝트- 특검과 민주당 파괴  

집권초 100일이 정권의 성패를 좌우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럴듯한 말이다. 정권이 가장 강성한 위용을 자랑하는 시절에 국정의 방향을 제시하고 국민들의 호응을 얻어 내야 목표한 성과를 달성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무슨 일을 하려고 정권을 달라 호소하고 다녔는지를 보여주기에 딱 좋은 시기이기도 하다. 평생 정치를 해 온 이유가 이때가 되면 여과없이 다 드러난다. 정권의 명운이 갈리는 그 중요한 시기에 노무현은 무엇을 하고 있었나.  

앞에서 우리는 한가지 답을 이미 확인하고 넘어왔다. 특검에서 이어지는 검찰 수사로 대북사업을 초토화시키고, 정몽헌을 죽음에 이르게 하고, 김대중을 물먹이고 있었음을 말이다. '평생 한나라당을 찍어온 사람들'의 김대중 혐오를 승인하고 그 혐오를 정당화시키기 위해 대북정책을 내동댕이친 일이 첫 사업이었음을 확인했다. 그리고 우리는 같은 시기에 동시에 벌어진 참극을 하나 더 알고 있다. 민주당 파괴.  

'평생 한나라를 찍어 온 사람들'을 향한 구애의 프로포즈. 특검 퍼레이드와  민주당 파괴. 이 두 사업은 쌍을 이루어 서로를 도와가며 깔끔하게 완성되었다. 집권초 집중된 권력을 온통 쏟아부어 몰두한 2대 사업이 겨우 특검과 민주당 파괴였다니. 이렇게 2대 자멸 프로젝트가 한창 진행되는 동안에 쥐죽은 듯 구석에 숨어 있던 한나라가 살아났다. 연거푸 고배를 마시고 사멸해가던 한나라는 스멀스멀 되살아나 날아오를 준비를 하고 있었다. 경천동지할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도대체 그는 무엇을 위해 집권한 것일까.  

재집권에 성공하고도 파괴된 중산층과 서민의 정당, 민주당  

견문이 짧아서인지 선거로 집권에 성공하자마자 무너진 집권당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지 못했다. 짧디 짧은 한국정치사에선 물론 유례없는 일이고, 면면한 세계의 정당사 상에라도 그 선례가 있는지 궁금해서 찾아 봤지만 찾지 못했다. 아옌데처럼 외부세력에 의해 폭력적으로 뒤집힌 경우 말고는 모르겠다.(누구 아시는 분 가르쳐 주시기 바랍니다.^^)  

망한 나라를 단시간 안에 일으켜 세워 빛이 나게 닦아 놓고 다시 집권한 정당은 그렇게, 나라를 부도냈었고, 연거푸 집권에 실패한 한나라당이 건재한 가운데 무너져 내렸다. 제대로 힘한번 못써보고 속절없이. 집권자의 입맛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대통령의 경상도 사랑에 걸림돌이 된다는 단 한가지 이유 때문에. 온갖 모욕을 당하고 조리돌림 당한 뒤에.(이것을 '그들'은 '정치개혁'이라고 했다.)  

정작 엄혹한 옛 시절에 땀으로 세우고 일궈 온 구성원들의 절대 반대는 아무 소용이 없었다. 조롱거리만 될 뿐 메아리는 없었다. 아무리 눈물을 뿌려도 대답대신 비웃음만 돌아왔다. 창업자들이 기를 쓰고 지켜내려던 민주당은 그렇게 정치판에 제대로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떠도느라 목숨만 겨우 부지하다 입양된 몇 안되는 정치낭인들에 의해 무참히 난도질 당하다 쓰러졌다.  

폭압의 시절에 온갖 감시를 피해 어렵게 세워내고, 피와 눈물로 견뎌 낸 바로 그 사람들이 재집권의 기쁨을 채 누려 보기도 전에, '정치발전의 걸림돌'로 매도당하다 저항한번 못해보고 속절없이 무너졌다. 지지자들의 자랑이었던 빛나는 민주당, 오랫동안 중산층과 서민이 벗이었던 민주당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평생 한나라를 찍어 온 사람들을 만족시키기 위해서.  

평생 한나라당을 찍어 온 사람들의 잔혹 취미를 만족시키기 위해 죽어간 민주당  

이제 솔직해지자. 실패한 전직 대통령의 죽음을 앞에 두고 이렇게 된 원인을 분석하는 중이다. 쓸데없는 수식어 싹 빼고, 거짓말 던져버리고, 허울 좋게 들이민 가짜 명분 걷어내 버리고 있는 그대로의 진실만을 두고 이야기 하자. '정치개혁'이니, '정당개혁'이니 하는 우습지도 않은 핑계일랑 여기서는 접어두잔 말이다. 서로 다 알면서 무슨. 민주당이 죽은 이유는 하나다. '평생 한나라를 찍어 온 사람들'을 만족시키기 위해서.  

특검이 경상도 사람들의 김대중 혐오를 충족시켜준 구애의 날개짓이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민주당 파괴 역시 그들의 시기심과 증오를 승인하고 영합하기 위한 저질댄스였을 뿐이다. 정치적 열등감과 부채의식을 제거해 주기 위한 증거인멸 행위가 아니면 다 무엇이었단 말인가. 가면극은 됐으니 변명따윈 접어두시라.  

노무현은 도대체 얼마나 이를 갈며 준비해 왔던 것일까. 집권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진행되던 프로젝트를 관전하며 들던 의문이다. 오래 준비된 그의 필생의 사업이 펼쳐지는 동안 민주적 기반은 무너져 내리고 있었고, 귀한 인재들은 폭풍우에 이어진 쓰나미로 흔적도 없이 쓸려 내려가버렸다.  

아, 민주당  

덮고 가고 싶은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다시 민주당 이야기를 꺼내는게 불편한 사람들. 언젯적 스토리냐고 이제는 그냥 묻어버리고 갔으면 하는 사람들. 왜 철지난 이야기를 다시 꺼내서 속시끄럽게 만들려고 하느냐고 불평할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올드패션을 버리고 쿨하게 가자고.  

하지만 민주당은 억울하게 묻히고 나서 모른척 잊고 지나가도 좋은 존재가 아니라고 나는 생각한다. 민주당 학살사건이야말로 한국사회의 숨은 구조, 진짜 체제를 날것 그대로 보여주는 최대이자 최적의 사례였다. 은폐하고 넘어가서는 안되는 상징적 사건이다.  

처음 글을 시작할 때만 해도 이렇게 여러 회에 걸쳐 이런이야기 저런 이야기를 늘어놓으며 갈 생각은 아니었다. 그저 대여섯편 정도로 노무현 리더십의 성격을 밝히고, 왜 파멸에 이를 수밖에 없었는지를 확인하려던 생각에서 시작한 글쓰기다.  

김대중 리더십과 어떤 점에서 차이가 났는지, 결국 두 정권의 성패는 어디에서 갈렸는지를 '공존과 배타의 리더십'이라는 관점에서 조명해 보고, 앞으로 민주진영이 추구해야 할 모범을 세워 보자는 제안 성격의 소고로, 특별한 계획도 없이 수필처럼 쓰기 시작했다. 기억의 회고는 주제를 살리는데 필요한만큼만 다룰 작정이었다.  

하지만 어느정도의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아 힘이 나기도 하고, 쓰다 보니 하고 싶은 이야기들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저마다 '나도 좀 다뤄 주라.'고 빙긋빙긋 웃으며 귀여운 아우성도 치고 해서 말도 길어지고, 글도 길어지고 있다. 주로 아픈 기억들, 서로에게 유쾌하지 않은 기억들을 들춰내는 일이라, 다시 떠올릴 때마다 찌릿찌릿 전기가 오르는 아픔이 되살아나지만 한번은 되새겨 보고 가야 할 과거가 아닌가 싶어 굳이 기를 쓴다. 의미있는 일이 될 것이다.  

민주당이 그렇게 무가치한 존재였을까. 정말 모욕을 당하다 사멸해도 좋을만큼 정치발전의 걸림돌이었을까. 나는 지금도 동의할 수 없다. 오마이뉴스가 구석자리라도 계속 제공해 줄지 어떨지 조심스럽기는 하지만, 이왕 나선 길이니 차분하게 따져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몇회분은 민주당에 대한 이야기다. 반론은 환영한다. 토론을 시작해 보기로 하자.

덧붙이는 글 | 블로그(blog.ohmynews.com/zagnbyul)(zagnbyul.tistory.com)에 동시에 올립니다. 블로그에 들러주세요. 처음이라 어수선하지만 앞으로 열띤 토론과 교유의 장으로 만들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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