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청와대는 일부가 장악… 그들이 '강부자 내각'을 만들었다" 정치

[Why] "청와대는 일부가 장악… 그들이 '강부자 내각'을 만들었다"
[문갑식의 하드보일드]'이명박의 腹心' 정두언 의원이 말하는 '100일간 청와대에서 무슨 일이'
문갑식 gsmoon@chosun.com


기자는 지난달 19일 정두언(鄭斗彦) 한나라당 의원을 만났다. 그를 만나기까지 곡절이 있었다. 오후 2시로 잡혔던 약속이 두 차례 늦춰져 오후 5시에야 이뤄졌다. 인터뷰가 시작되자 정 의원은 "인터뷰는 곤란하다"는 말을 여러 번 했다. 녹음기 앞에서 그는 파문이 우려된다면서 이야기하고, 인터뷰는 곤란하다면서 다시 이야기했다.

기자가 정 의원을 처음 만난 것은 2002년이다. 그때 그는 서울시 정무부시장이었다. 그는 이후 이명박(李明博) 당시 시장이 대통령이 될 때까지 뒤를 따랐다. 언론계는 그런 그를'이명박의 복심(腹心)'이라 불렀다. 별호처럼 그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때까지 핵심 역할을 하더니 얼마 전부터는 견제를 받아 밀려났다는 소문이 정가(政街)에 파다했다. 기자는 정 의원과 2시간 넘게 이야기했다. 첫 질문은 국민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것으로 잡았다."취임 후 100일간 청와대에서는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겁니까?"

정 의원의 답은 "이명박 정부는 당내 경선이 워낙 치열하다보니 대선(大選) 승리 후 국정을 수행할 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것으로 시작됐다."그래도 인재 풀만 잘 가동했으면 준비가 없었어도 괜찮았을 겁니다. 문제는 청와대의 일부 인사가 국정 수행에 집중한 게 아니라 전리품 챙기기에 골몰하면서 생겼습니다."
▲ 정두언(鄭斗彦) 한나라당 의원이 본지 문갑식 기획취재부장에게 지난 100일 동안 청와대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그는“인터뷰가 곤란하다”고 말하면서도 인터뷰를 계속했다. 허영한 기자 younghan@chosun.com

■100일간 청와대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나

―이 대통령이'준비된 대통령'인 것처럼 말했는데 요즘 상황이 의욉니다.

"집권을 막상 해보니 여러가지가 필요했어요. 그때 집중해서 잘해야 했는데 매뉴얼도 없고 사람도 없었어요."

―그런 건 어느 정권이나 초기에 겪는 일 아닙니까.

"문제는 국정운영보다 전리품(戰利品) 챙기기에 신경 쓴 사람들도 나왔다는 데서 비롯됐죠."

―알기 쉽게 설명해주시죠.

"이런 비유를 해보죠. 한나라당이 막 고지(高地·대통령 선거)를 점령했어요. 고지를 점령한 뒤 몇 명이 자기 혼자 전리품(戰利品)을 독식(獨食)하려고 같이 전쟁에 참가했던 동료들을 발로 막 차서 고지 근처에 오지 못하게 하는 거예요. 어떻게 되겠어요. 사람들이 다 등 돌리고 떠나지 않겠어요."

―전리품이 구체적으로 뭘 말하는 거죠?

"현대에서의 전리품은 인사(人事)죠. 장·차관 자리, 공기업 임원 자리에 자기 사람을 심는 게 전리품이요, 이권(利權)이 되는 거죠."

―어떤 사람들이 그런 전리품 챙기기에 나섰나요.

"청와대의 세 명, 국회의원 한 명이 그랬다고 봅니다."

―그들이 왜 전리품 챙기기에 골몰했다고 봅니까.

"국정 수행을 하려면 능력이 있어야 합니다. 능력이 없으면 최소한 인품이라도 갖춰야 합니다. 그런 자질이 없는 사람들은 보통 인사(人事)를 장악하려 합니다."


■청와대는 일부에게 장악됐다

―그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입니까.

"청와대의 A수석을 예로 들어볼까요? 그는 민비(閔妃·명성황후)와 같은 존재입니다. 민비가 누구입니까. 흥선대원군이 세도(勢道)정치 없애겠다며 아무 연고도 없는 사람을 고르고 골라 앉혀놓은 인물이잖아요. 그런데 나중에 어떻게 됐어요. 대원군을 쫓아내고 또 다른 세도를 부리기 시작했죠."

―정 의원이 대원군이란 말입니까?

"제가 그렇다는 게 아니라 비유하자면 그렇다는 거죠."

―A수석이 2인자 노릇을 한다는 이야기인데, 이 대통령은 원래 그런 구도를 싫어하지 않습니까.

"그렇죠. 대통령은 서울시장 시절에도 제가 추천한 인물은 절대 등용하지 않았어요. 2인자라는 말, 누구에게 힘이 실린다는 말을 대통령은 기업에 있을 때부터 굉장히 싫어했습니다. 그래서 A씨를 쓴 거죠. 욕심이 없는 사람인 줄 안 거죠. 그런데 이렇게 된 것을 보면 대통령이 아직 상황을 정확히 모르는 것 같습니다."

―B비서관은 어떤 사람입니까.

"A수석보다 더 문제 있는 사람이 B씨입니다. 역대 정권의 실력자들을 보면 노태우 정부의 박철언(朴哲彦), 김영삼 정부의 김현철(金賢哲), 김대중 정부의 박지원(朴智元), 노무현 정부의 안희정(安熙貞) 이광재(李光宰)씨가 있었죠."

―굉장한 실력자라는 말이네요.

"B비서관은 이 사람들을 다 합쳐놓은 것 같은 힘을 가졌다고 보면 됩니다. 그는 대통령 주변의 사람들을 이간질시키고 음해하고 모략하는 데 명수(名手)입니다. 어떻게 공부를 했는지 그런 분야에서는 정말 '엑설런트'해요. 대통령의 말이라며 호가호위(狐假虎威)한 거죠. 누가 대통령이 진짜 그렇게 말했나 확인할 수 있겠어요. B비서관을 대통령 주변에서 떼어놓으려 하면 C비서관이 나섰어요."

―행정부 인사에 그렇게 간여했다면 국회의원 공천 때는 가만히 있었습니까.

"대통령이 절대 공천에서 떨어뜨리지 말라고 한 사람들까지 B비서관이 작업해서 떨어뜨린 적도 있어요. 이방호 전 사무총장에게도 전화했다고 합니다."

―B비서관을 천거한 게 정 의원이라고 알고 있는데요.

"맞습니다. 제가 바보 짓 한 거죠."

―그렇다면 B비서관은 은혜를 모르는 사람이라는 말이 되는데요.

"저만 없어지면 자기 세상이 된다고 생각했겠죠."

―아까 말한 국회의원 D씨와 청와대의 A, B, C씨가 관계있지 않습니까. 청와대의 세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국회의원 D씨는 모르나요.

"관계있죠. 그런데 부작용을 지적하면서 '내 아들도 내 마음대로 못 하네'라는 답만 돌아와요. 그분은 부작용이 있어도 권력을 장악하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더군요."


■그들이'강부자 내각'을 만들었다

―대통령의 복심이라면 이런 사정을 왜 진언하지 않았습니까.

"했죠. 총선 전에 제가 청와대 들어가 대통령과 점심을 함께 한 적이 있어요. 대통령께서는'내가 장관들에게 차관 인사까지 다 위임했다'고 자랑하시더군요. 그래서 제가 말씀드렸어요.'대통령님, 실제로 그렇게 안 되고 있습니다'."

―대통령은 그에 대해 어떻게 반응하던가요.

"펄쩍 뛰시더군요.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말라고. 무슨 소리냐고. 그러시는데 제가 뭐라고 더 이상 얘기하겠어요. 대통령도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을 모른다는 뜻이겠죠."

―권부(權府)에서 어떻게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요.

"몇몇이 대통령의 말도 어기고 자기들'(인사)장사'를 한다는 얘기죠."

―이 정부 들어 계속 사람들이 지적하는'강부자''고소영'내각이 된 게 그 사람들 때문이라는 겁니까.

"그렇죠. 어느 고위 공직자는 제게 이렇게 접근하기도 했어요. 하도 밥 먹자고 졸라서 나가보니'오빠, 나 이번에 안 시켜주면 울어버릴 거야~잉. 알았지~잉'이래요. 이런 사람을 A비서관과 B비서관이 합작해 고위직에 임명한 거예요."

정두언 의원은 최근 "청와대에 정무(政務)기능이 없다"고 말해 파문을 일으킨 적이 있었다. 이날 인터뷰에서도 그는 당시 그 보도가 나간 후 곤욕을 치렀다고 했다.'인터뷰'라는 말만 들어도 손사래를 친 데는 이유가 있어 보였다.

―정무기능이 없다는 건 무슨 뜻인가요.

"언론에서는 청와대의 정무기능을 정무수석이 하는 걸로 오해하는데요, 실제 정무기능이라는 것은 청와대뿐 아니라 장관, 차관들도 모두 발휘해야 하는 겁니다. 독자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뜻이죠. 그런데 장관들이 인사권이 없는데 어떻게 정무기능을 수행하겠어요."

―그건 또 무슨 이야기입니까.

"만일 문 부장이 기획취재부장인데 아랫사람 인사를 남이 다 한다고 생각해보세요. 일할 맛이 나겠어요? 남들이 문 부장을 부장으로 인정하겠습니까."

―차관 인사를 청와대의 몇 명이 다 했다는 뜻인가요.

"그렇죠. 장관들이 차관이 어떤 인물이고, 그 밑에는 또 어떤 사람들인지 하나도 모르고 그냥 함께 일을 하는 거예요. 청와대 수석들도 마찬가지예요. 심지어 어느 부(部)는 총무과장 인사에까지 간여했어요. 이러니 일이 되겠어요? 장관들이 책임 있게 일하기는커녕 눈치만 보게 되죠."
 


■대통령은 그들의'발호(跋扈)'를 모르고 있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시절에는 정 의원이 영향력이 있었을 때인데 왜 그런 일이 벌어졌을까요.

"인수위 일을 끝내고 내각 인선(人選)작업을 한 1주일 정도 해보니까 황당하더라고요. 너무 주먹구구식이고 우리끼리 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어요. 인사라는 게 원래 어렵잖아요. 그래서 제가 '도저히 이 상태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대통령께 건의를 했어요. 위원회를 하나 더 만들어 더 많은 사람을 검증하고 크로스체크도 해보자고요. 그래서 위원회를 만들었는데 제가 배제된 거죠."

―정 의원이 배제된 이유는 있습니까.

"제가 앞서 말한 국회의원 한 분이 한번은 저를 보고 이런 이야기를 했어요. 너는 왜 내가 추천한 사람은 안 쓰고 '빨갱이'만 데려다 쓰려느냐. 제가 다음 대통령 되려고 자기 사람 심는다는 이야기도 있었어요. 대통령께도 그런 이야기가 들어간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대통령은 뭐라고 하시던가요.

"대통령은 제가 어떤 인물인지 아는 분이죠. 저러다 정두언이가 다치겠다 싶어 내각과 청와대 인선에서는 손을 떼고 당(黨)의 일만 맡으라고요."

―그 뒤로는 어떻게 됐습니까.

"제가 뒷전으로 빠지자'공직자 중에 정두언과 관계 있는 ×들은 뿌리를 뽑겠다'는 이야기까지 나올 정도였어요. 아니, 세상에 왜 뿌리를 뽑습니까. 이러니 저뿐 아니라 대통령을 위해 뛴 주변 사람들이 너무 기분이 나빠진 거예요."

―이런 상황에서 최대 피해자가 누구라고 생각합니까.

"대통령이죠. 모든 관심이 대통령에게서 사라졌으니까요. 몸도 떠나고 마음도 떠나버린 거죠."

―대통령은 사람들이 자꾸 떠나는 이유를 뭐라고 생각하나요.

"정확한 내용보다는 뭔가 본인한테 삐친 게 있구나 하는 정도로 생각하는 것 같아요."

―정 의원이 이야기하는 몇 명을 왜 한나라당에서 견제하지 못하는 겁니까.

"지하철 타면 왜 왔다갔다하면서 사람들 어깨 툭 치고 지나가는 (건달 같은) 사람들 있잖아요. 쳐다보면 '야, 이 ××야!'라고 험상궂은 표정을 짓잖아요. 청와대 수석들이 그 몇 명에게 모두 그런 식으로 당하고 있는 거예요."

기자가 황당한 표정을 짓자 정 의원은 수첩에서 메모 한 장을 꺼내더니 기자에게 읽어주기 시작했다. 깨알 같은 글씨가 가득 찬 그 메모는 어느 장관이 자필로 쓴 기도문이었다. 내용은 '분하다, 억울하다, 그들이 나에게 어떻게 이렇게 할 수 있느냐…(중략) 너는 기억하라. 지금의 이 근본이 너에게 있음을 기억할지어다…."정 의원은 이 장관의 실명(實名)을 밝힐 수 없다고 했다.

"이상득 의원 불출마 시도했지만 실패"


대통령도 문제 심각성 인식…"형에게 전국구 末番 주면 어떻겠나" 말해


―이야기를 듣다 보니 어처구니가 없는데 그렇게 당에 힘이 없는 겁니까.

"집권 초 '55인 사건'이란 게 있었잖아요. 그때 의원 55명이 이런 상황을 예견하고 세 가지 원칙 준수를 촉구한 게 바로 55인 사건입니다. 당시 조건은 첫째 세대교체를 위해 고령자 은퇴, 부정부패자 은퇴, 대선(大選) 과정에서 네거티브 운동을 한 사람을 은퇴시킨다는 거였어요. 다 실패했죠."

―세대교체란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李相得) 의원을 말하는 건가요?

"대통령도 그 문제를 인식하고 있었어요. 대통령은 "형에게 전국구 말번(末番)을 주면 어떻겠느냐"고도 했어요. 그런데 55인 사건에 앞장섰던 이재오(李在五) 의원이 빠지면서 저희들만 이상하게 된 거죠. 그때 정말'띠용~'하는 황당한 기분이었어요."

―그 사건으로 대통령의 눈 밖에 났겠군요.

"왜 직접 이야기하지 않느냐고 하셨어요. 다음부터는 밖에다 대고 이야기하지 말고 할 말 있으면 직접 하라고 했어요."

―국민은 그동안 청와대와 한나라당에서 일어나는 일이 친이(親李) 친박(親朴) 논쟁에 이재오파다, 이상득파다 하는 것만 생각했는데 전혀 뜻밖의 일이 벌어지고 있었군요.

"그걸 어떻게 국민들에게 이야기할 수 있겠어요."

―이재오 전 의원이 괜한 오해를 받은 건가요.

"그 양반이 성격이 나이브해서 다 뒤집어쓴 측면도 있죠."

―앞으로 현 정권 임기가 4년 9개월이 남았는데 이런 구경만 하다가 끝나야 하는 건가요?

"아니죠. 역대에도 그런 간신들은 다 기회가 되면 정리됐죠."

정두언 의원은 한번 입을 열자 쉴새 없이 말했다. 녹음기가 앞에 놓인 것을 알고도 말을 멈추지 않았다. 그는 심지어 청와대의 몇몇 핵심들이 마구잡이로 자파(自派)세력을 키우다 보니 노무현(盧武鉉) 정부의 부산 인맥이 스며들어오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런 내막을 빨리 밝히는 게 이명박 정부가 더 실패하지 않도록 하는 길이 아니냐는 기자의 지적에 "나는 장기적으로 전도양양하고 그 사람들은 하느님이 (악을 세상에 알리는) 도구(道具)로 쓴다"고 주장했다.
 


인터뷰 후기


정 의원과의 인터뷰가 끝난 직후 정치부 기자들 사이에서는 "정 의원이 술에 취해 조선일보를 욕했다"는 소문이 돌았다고 한다. 다음 날에는 한나라당의 한 여성의원이"인터뷰 내용이 뭐냐"고 탐문(探問)하더니 이윽고 정부의 한 기관에서도 "혹시 대통령을 욕한 것 아니냐"고 물어왔다. "인터뷰가 이번 주에 게재되느냐"는 질문도 잇따랐다.


인터뷰 당사자인 정 의원에게는 B비서관이 전화를 걸어 "그동안 소원했던 일은 잊고 앞으로 잘해보자"고 말했다고 한다. 이런 정보수집력을 지닌 현 정부가 왜 다른 데서는 헛발질을 계속하는 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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