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량경제사로 다시 본 조선후기에 대한 반론 역사

수량경제사로 다시 본 조선후기
이영훈 엮음 / 서울대학교출판부 / 2004년 9월



낙성대팀의 이 작품은 매우 유명한 글이고, 공공연하게 통계학이 뒷받침되는 것으로 소개되어왔다. 특히 교과서포럼에 참여하는 경제사학팀의 최대업적이자 논거로 활용되는 글이다.


얼마되지 않는 간접자료들을 모아서 계통을 정리해서 체계화하는 작업은 매우 소중한 일이다. 또한 수량화작업 역시 그 노고에 대해서 평가를 해야 하고 앞으로도 권장해야 하는 것임은 물론이다. 이영훈 선생의 박사학위논문은 그런 점에서 매우 수작이라고 극찬받아 마땅한 글이었고, 비록 견해가 다르더라도 학문발전에 있어서 이러한 다른 의견을 가진 학자집단의 공존은 필요하다는 설득력도 있었다.


그러나 이 글을 정독하면서의 느낌은 참으로 실망 그 자체가 아닐 수 없었다. 나는 묻고 싶다. 이 글에 대한 극찬을 아끼지 않는 분들이 정말 정독해서 이 책을 읽으셨는지 매우 의심스럽다.


통계는 어떤 방법에 의해서 이루어지는가에 따라 결과가 완전히 뒤바뀔 수 있는 분야이다. 그렇기 때문에 누가 내가 계량화를 해보았는데 결론이 이렇더라는 설명은 학술적으로 별 가치가 없다. 어떠한 방법으로 수량화했는데, 이런 결과를 얻었다는 것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 연구의 가장 큰 맹점은 바로 계량화에 있다.


적어도 자신이 세운 전제조건이 5가지라면, 논문 중간에서 은근슬쩍 통제변수들을 하나 둘씩 빼먹어서는 곤란한 일이다. 서두에서 5개의 통제변수가 모두 갖추어져야 이러한 이론모델이 의미가 있다고 해놓고서는 고작 3가지로 얘기를 하고 있고, 자신이 설정한 범주에서 그  두가지도 오차범위 안에 들고 있다. 남이 설정한 영역값이 아니라, 자신이 설정한 오차범위에 있는 내용을 가지고 의미가 있다고 강변하는 것은 무슨 소리인지 알 지 못하겠다.  어려운 경제학 용어를 들이대고 로그값을 제시하면 모두가 그것을 안 읽고 결론만 읽을줄 알았단 말인가?  논문을 정독하고서 이것을 수용할 수 있을까?


또한 전국적인 시장이 성립 불가능함을 강변하면서 왜 전라도 지방의 물가를 동시대의 경상도지방의 물가로 보정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이것은 전국단위 공통시장을 전제로 해야 가능한 방법이 아닌가


의궤 자료를 이용할 때에도 장인과 임금노동자를 살피면서, 어떻게 동일한 임금을 받았다고 하는지 참 이해하기 어렵다. 기본 임금은 동일하나, 장인에게는 보너스가 다량 주어지져서 거의 2배이상 임금격차가 있는데, 200여종의 의궤에서 공통으로 나오는 것은 기본임금이므로 이것만 통계화에 수치로 잡겠다고 한다. 그러고는 두 직종간에 임금차이는 없으며, 더욱이 1세기이상 임금변동이 없으므로 정체된 사회라고 한다. 이게 무슨 수치노름이란 말인가. 개별 의궤에서 임금차가 명확한데, 통계상 처리가 어렵다고 빼놓고서는 그것을 사례로 들어서 임금차가 없고 물가가 변하지 않았다고 주장할 수 있는가?


더 한심한 부분은 물가사를 운운하면서 실컷 이것저것 논문에서 보정하고 조정하고, 제목도 그렇게 붙여놓고서는 결론에서는 이러한 논의가 부질없다면서 전혀 본론과 무관한 자기 논리를 제시한다는 점이다. 그러면서 도덕주의에 의해서 18세기는 경제가 제한적으로 발전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그렇게 실증을 내세우면서 무슨 전거로 도덕주의가 경제발전에 영향을 미쳤다고 단언하는지 알 기없다.  자신들의 성과를 강조하고 소개할 때에는 감정위주의 민족주의에 대한 철저한 수량화가 뒷받침되는 객관적 견해인양 떠벌리면서 기실 논문의 결론은 아무런 전거조차 없다.


자본주의의 모델이나 비교 역시 미국의 20세기 중반의 모델을 18세기에 적용하는 우를 범하면서, 자본주의 맹아가 근대적인 자본주의에 비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한다. 곧 자기들도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낙성대팀의 수량화작업에 경의를 표하고 적극적인 장려를 원한다. 또한 민족주의에 경도된 나머지 실증에 미약한 기존의 역사학계에 연구에 대한 철저한 비판에 동의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들 스스로도 실증에 철저하지 못하고, 결론에는 본론과 무관한 내용을 제시하고, 어려운 용어를 계속 나열해서 일반인들에게는 각종 도표와 현학적인 논리로 현혹시키는 것은 부당한 짓이다.


자신들이 주장한 바를 뒷받침할 수 있는 글을 쓰기를 바란다. 이전 글들만 해도 적어도 논문 자체에서의 논리적인 완결도는 있었다. 그러나 수량경제사는 급조된 느낌이 너무나 명확한 글이다. 그래서 제발 이 글을 정독이나 하고 평가하기를 바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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